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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11/30 18:55 조회 1403
기간별 11월소식 국가별 프랑스
제목 [Nov.07 프랑스] 제1회 파리 세계이미지비엔날레, Photoquai

제1회 파리 세계이미지비엔날레, Photoquai


프랑스 통신원 이 보 경

한때, 그리고 여전히, 유행처럼 사용되는 문화 상표 "비엔날레"를 우리는 명품 상표처럼 여겼다. 기존의 성공한 비엔날레들이 주는 확신 때문인지 아니면 환상 때문인지, "비엔날레"라는 딱지를 붙이기만 하면 그 어떤 행사도 더불어 질이 향상되고, 또 그 행사의 성공도 보장될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행사들은 코앞의 성과에 급급해 비엔날레 상표를 붙이고는 그 이름의 의미 값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염려를 뒤로 한 채, 이미 사진 관련 전시가 넘치는 파리에 또 하나의 행사가 비엔날레라는 이름 아래 개최되었다.


제 1회 파리 사진 영상 비엔날레
 


 지난달 파리에서 "비엔날레 데 지마쥬 뒤 몽드 Biennale des Images du Monde, Photoquai (세계이미지비엔날레, 포토깨)"라는 이름으로 사진, 영상 비엔날레가 탄생했다. (포토깨 Photoquai 라는 말은 사진, 영상 작품들이 전시된 물리적 공간만을 고려할 때는 '사진강변(江邊)'으로 해석되겠지만, 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진플랫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10월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 치러진 이 비엔날레는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의 문화 숙원 사업으로 추진되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예술을 지향하며 2006년 개관한 깨 브랑리 박물관 Musee du Quai Branly의 주도하에 기획되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기관들은 깨 브랑리 박물관을 포함 총 10곳으로 프랑스 국립 도서관, 국립 갤러리 쥬드뽐므, 유럽 사진 센터 Maison europeenne de la photographie, 국립 해양 박물관 등 프랑스 기관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대사관, 폴란드 인스티튜, 브라질 대사관, 중국 문화원등 센강을 따라 위치한 다른 국가들의 기관도 있었다. 작품들은 또한 이렇게 기관의 품에서만 전시된 것이 아니라 깨 브랑리 박물관 맞은편 보행자 전용 다리 빠사렐 드빌리Passerelle Debilly 와 센강 둑에 지어진 임시 전시장에서도 소개되었다.




전시 테마 선택은 전략이다.


"세상이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부주제로 안과 밖에 전시된 작품들의 성격은 이 행사를 주관한 깨 브랑리 박물관의 주된 관심 분야, 즉 제3 세계의 문명과 예술에 일치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넘쳐 나는 서양 유럽 현대 비주얼 작품을 제외하고 '다른 세상'을 소개하는 혹은 동시대 다른 세상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선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재미난 점은 프랑스 전시 기획자들이 우선 유럽 외 해당 지역 전시 기획자들을 찾았고, 그 후에 전시 작품을 함께 뽑았다는 것이다. 서양, 유럽의 현대 사진, 영상을 배제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관계자들은 자칫 자신들의 관점으로 바라본 서양 외 관계 작품들을 소개할 때, 비엔날레가 단순히 자신들의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관점을 소개하는 닫힌 전시, 편협한 전시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현지 사람'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고, 보여줄 수 없는 독특한 작품들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번엔 문화 약탈이 아니라 문화를 정당하게 수용한 것이다.
아트 디렉터 쟝루 삐벵 Jean-Loup Pivin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행사의 쟁점에 관해 직접 들어 보자. "생각의 출발은 다른 사람들의 이해 속에서 사진의 역할을 보여주고자 하는 단순한 것이었죠. 누구도 세계적 시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기획자는 중국 작가를, 브라질 기획자는 브라질 작가를, 그리고 나머지 작가 역시 세상의 순간을 찍어 내기 위해 이러한 방법으로 선정했어요. 서양에서 종종 제안하는 것처럼 나그네 사진작가들에 의해서 포착된 순간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Le Journal des Arts, n°267, October 2007)
삐벵 씨는 세계의 현실의 90%가 단지 10%의 유럽이나 미국 출신 여행 혹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이 극히 이국적 정서에 취해 개인적으로 해석한 사진들이 전반적이라고 지적하면서, 90%의 세계에 해당하는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전시해야 하는 중요성을 들었다. 이런 결과로 출품을 한 70여 명의 작가들은 유럽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에 가까웠고, 이 작가들을 통해서 쏟아진 400여 점이 넘는 사진, 비디오 등은 그야말로 동시대 창작물이 대다수였다. 국제행사의 첫 회를 기획하면서 '무명'을 선택한 것은 '발견'에 대한 위험과 '행사의 질'에 대한 부담을 주최 기관이 전적으로 감수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차별화된 주제 선택은 문제점보다는 다양한 문화관점 수용이라는 긍정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곳의 시선으로 그 세상'을 보여준다는 것을 부각시켜 관람객들을 유혹하고, 관람 참여를 유도했다. 더욱이 비엔날레를 총괄하는 깨 브랑리 박물관이 다루는 지역 문화 예술과 같은 지역의 예술을 포토깨가 다룸으로써 박물관의 성격을 다시 한 번 더 확고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사진, 영상이라는 매체 선택은 박물관이 거의 소장하지 않은 예술 영역으로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덕분에 특정 문화권 관련 박물관이라는 차별화와 전문성에 관한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일으키고, 그 분야에서 구심점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된다. 유럽에서는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 문화 예술 관련 질문은 이제 프랑스 파리 깨 브랑리 박물관에 하시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는 또 이 분야의 강국으로 입지를 굳혀 나가는 시발점을 마련한 셈이다.




전시 장소 선택도 전략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행사는 파리의 상징 센강 주변과 그 주변 기관 내에서 치러졌다. 센강은 각 전시장과 행사를 전체로 엮는 가교 역할을 했다. 덕분에 도시에 존재하는 이 상징적이고 대중적인 장소는 문화 행사를 이뤄 내는 "터"가 되었다.
우선 깨 브랑리 박물관 앞, 센강둑에 간이 벽과 천장, 바닥으로 세워진 임시 전시장은 기존의 전시 장소와 닮은 듯 달랐다.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지 않은 곳에서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주위의 자연 풍광이나 도시 풍경들을 배경으로 전시장 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완벽하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관람자는 어디서부터든 작품 감상을 시작할 수 있고 어디서든지 전시장을 나올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감상 환경으로 조성되었다.
이 전시 건축물 설계를 맡았던 책임자 파트릭 쥬엥 Patrick Jouin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근래 들어 야외 전시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야외에서 전시할 때는 보여주려는 작품보다 악천후와 같은 기후 조건이나 방해 조건들에 대해 더 고심하는 경향이 있죠. 난 브랑리 (센강가 둑길 이름) 강둑을 따라서 작품을 담을 수 있는 뭔가를 상상해 보았어요. 열린 사진처럼 열린 공간, 비록 설치물들이 바람에 노출되었을지라도 밖도 아니고 안도 아닌, 하지만 천장과 바닥이 존재하는 곳, 우리는 밖에 있지만 보호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죠." (Le Journal des Arts, n°267, October 2007)
이러한 공간 연출은 겉으로 드러나는 편리함이나 기존의 야외 전시장과 다르도록 차별화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파리의 이야기를 전시 디스플레이에 녹여 냈다. 다리 위에 설치된 전시대가 그것인데, 마치 센강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 고서적, 고서화 판매 가판대를 현대적으로 응용한 듯 디자인되어 방문객을 맞이했다. 강변을 따라 각자의 리듬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전시는 말 그대로 문화 산책을 제공했다.
연계한 각 기관들은 그 나라의 작가를 소개하거나 기관의 성격을 고려해 전시작을 내걸었다. 예를 들어 깨 브랑리 박물관에 인접한 오스트레일리아 대사관에서는 타스마니아 지역 출신 작가 리키 메이너드 Ricky Maynard가 20여 년에 걸쳐 찍은 풍경과 토착민의 사회상을 담은 사진을 선보였다. 중국 문화원은 농촌 생활상, 풍경, 시골 집회 등을 통해 중국의 오늘을 가감 없이 담아 낸 세 명의 작가들을 소개했다. 브라질 대사관은 비엔날레 기간 동안 두 번의 전시를 통해 두 명의 브라질 작가들이 이민자, 난민, 빈민, 노동자들에 관한 초상과 이국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국립 갤러리 쥬드뽐am에서는 시리아 영화감독의 회고전으로 그가 제작한 영상, 다큐멘터리가 상영이 되었고, 건축과 유물 기념관 Cite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에서는 말리 사진작가의 작업이 "건축물 없는 건축물"이란 제목으로 전시되었다. 국립 해양 박물관은 1886,87년 무렵 수에즈 운하 건설 당시 공사 현장과 이 프로젝트로 변화하는 지역 모습을 담은 에르메 데지레 Erme Desire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처럼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각국의 기관들은 자국의 예술을 소개하는 기회를 갖고 (자국의 문맥이 살아 있는 장소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 행사 주최측은 다양한 문화권을 소개할 수 있었다. 더불어 행사는 국제화된 규모를 꾀할 수 있는 이점을 가졌다. 전시품들은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가 돋보일 수 있는 장소에 고려하여 전시되었던 것이다.




윈윈(Win-Win) 전략



포토깨 비엔날레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는 협력이다. 일단 각 국가에서 치러진 페스티벌이나 주요 전시를 주도했던 기획자들을 이번 행사의 협력자로 택하면서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동시에 행사를 주관한 기관, 행사들과도 네트워크가 조성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각의 국가 행사들은 연계되고 다시 국제 행사로 거듭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공조한 행사들은 예를 들어 국제 리안츄 페스티벌 : 중국 광동지역 사진 영상 페스티벌, 바마코 사진 만남 : 아프리카 말리 프랑스의 AFAA/외무부 산하 조형 예술 창작 지원 협회, 후원으로 이뤄지는 행사, 포토리오 :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 사진 페스티벌, 모스크바 비엔날레, 포토아나 : 마다가스카 사진 페스티벌 등) 또한 파리에 있는 각 국가들의 물리적 기관들을 비엔날레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전시장 확보와 전시 규모의 안정적인 보장을 받은 셈이다. 이런 취지에서 파리에 새로 생긴 사진, 영상 비엔날레는 독자적으로 생존을 꾀하는 문화 행사가 아니라 박물관과 주변 (문화)공공기관과의 공조, 그리고 각 나라의 지역 행사와의 협력을 통한 "윈윈(Win-Win)전략"인 셈이다. 

 
포토깨 비엔날레가 파리에 기획되었을 때 염려했던 부분은 이미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사진의 달 Le Mois de la photos" 행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행사를 보충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깨 브랑리 박물관 관장 스테판 마흐땅 Stephane Martin이 말한 것처럼, 두 행사는 격년제 기획으로 중복을 피하면서, 파리에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행사에 새롭게 탄생한 비엔날레가 보조적인 혹은 추가적인 역할로 함께 더불어 사진 행사들을 완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예를 들어 현대 유럽 사진 중심을 보여주는 "사진의 달 Le Mois de la Photos", 사진 판매를 담당하는 사진 전문 아트 페어 "파리포토 Parisphoto", 그리고 제3 세계 사진과 영상 중심 "포토깨 Photoquai 비엔날레", 이렇게 특성화된 각각의 행사들은 서로 보완하고 함께 윈윈 (Win-Win)하며 파리를 사진 중심 도시로 만든다.


이번 비엔날레는 야외 전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시장은 무료 개방이었으며 또한 열린 전시 공간의 특성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대중적 행사였다. 일반 전시장에서 요구하는 강요된 침묵과 대형 전시에서 간혹 보이는 강제로 이끄는 동선은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관람객 스스로 방문, 관람 코스를 만들었다. 도시의 강을 따라 전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는 관람객들의 술렁임은 비엔날레를 진정 살아 숨 쉬는 생동감 넘치는 축제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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