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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1/30 19:48 조회 3012
기간별 08.1월소식 국가별 영국
제목 [Jan.08 영국] 비판적 관점에서 본 Liverpool: European Capital of Culture 2008

진정한 문화도시란 무엇일까?

-비판적 관점에서 본 Liverpool: European Capital of Culture 2008


영국 통신원 김 성 경

영국의 도시들은 지금 한창 도시 재활/재생 계획 (Regeneration Plan) 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는 런던은 이미 빈민가였던 템즈강 동쪽, 까나리 워프 (Canary Wharf) 지역을 금융, 문화 그리고 고급스러운 빌라지역으로 재탄생 시켰을 뿐 아니라 지금은 템즈강 동남부지역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브리스톨, 버밍햄 그리고 맨체스터 등의 주요도시들은 앞다투어 도시재활/재생 계획을 세운 후 예산을 구하러 다니는데 지방정부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도시들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모두 다 ‘문화도시’ 혹은 ‘문화지대’ 라는 이름으로 도시 재활/재생 계획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도시가 있다면 바로 비틀즈 (Beatles) 와 축구의 도시 리버풀 (Liverpool) 이다. 그렇다면 새로 지은 건물과 문화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도시 재활/재생 계획은 과연 순기능만 있는 것일까? 리버플의 사례를 통해서 도시 재활/재생 계획에 대해서 좀 더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글의 목표이다.




비틀즈 (Beatles) 는 왜 리버플 (Liverpool) 에서 탄생했을까? 


 


항만을 가지고 있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리버플은 가장 번성했던 영국 도시 중에 하나였다. 19세기에는 무역량의 약 40%가 리버플의 머지사이드 (Merseyside) 항만을 통해서 이루어졌고, 맨체스터와 함께 영국에서 가장 먼저 철도와 기차역이 들어선 곳도 바로 리버플이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도시의 약 50%가 파괴되어서 도시가 위기에 봉착했었고, 그 이후에 공업화와 산업화의 선두에 서서 전쟁의 상처를 극복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부터 영국 조선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항만으로써의 기능에 기대온 리버플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7-80년대에는 극심한 실업률과 경제난을 겪게 된다. 이러한 경제난으로 인해서 리버플은 타 도시에 비해 낙후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영국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 개인부채률 그리고 범죄율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 시절에 리버풀에서 살고 있었던 젊은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고, 생활비는 걱정해야 하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리버플의 젊은이들은 머지사이드 (Merseyside) 바닷가 근처에 모여 술을 마시고 음악을 연주한다. 게다가 항만을 통해서 미국의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이들은 기존의 것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기성세대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자기만의 문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하위문화 (Sub-culture) 운동이 바로 비틀즈와 함께 이곳 머지사이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위문화운동이 대체적으로 노동자계급이나 젊은 세대에서 기존의 사회질서나 계급사회를 비탄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것을 감안할 때, 7-80년대 리버플의 사회문화적 환경은 노동자나 젊은 세대에게 그만큼 울분을 심어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90년대를 지나고, 비틀즈가 미국에 진출하고, 그리고 두 명의 멤버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도 리버플은 여전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특이한 사회문화적 환경은 리버플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리버플리안(liverpudlian) 혹은 스코즈 (Scouse) 라는 이곳 사람들의 독특한 정체성을 설명하는 언어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영국 다른 지방과는 큰 차이가 있는 강한 액센트뿐 만 아니라 사회풍자적인 블랙유머가 깊게 배인 문화까지 리버플 사람들은 자신들 고유의 사회 반항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이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링고스타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건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살았건 그런 것 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리버플 사람입니다.’ (Observer, 1월 20일)




도시 재생/재활 계획 (Regeneration Plan)


드디어 리버플이 다시 한번 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될 기회가 찾아온다. 2003 년 리버플이 수많은 경쟁도시들을 제치고 유럽문화중심도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발맞춰 리버플 시정부는 도시 재생/재활 계획을 야심차게 시작하게 된다. 당장 EU로부터 약 9억 파운드(1,800 억원) 자금 지원을 받게 되었고, 웨스트민스트 공작으로부터 약 10억 파운드(약 2,000 억원)를 받아 도심재정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도심을 새롭게 다시 짓는다는 계획 하에 조지 콘서트 홀 (St. George Concert Hall) 은 2억 3천만 파운드(약 460억)를 들여 10,000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고, 1,350명 규모의 컨벤션센타와 전람회관도 이달 안에 문을 열 계획이다. 이러한 도시 계획은 리버플을 중공업 산업중심의 도시에서 서비스 중심도시로 변화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진행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도시 재생/재활 계획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2,200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연간 7 백만 파운드 (140억원)의 관광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단 한차례도 유치하지 못했던 민간자본까지 리버플에 몰려들고 있다. Grosvenor사는 9억 3천만 파운드(1,860억원)를 들여서 6개 거리를 가로지르는 28개의 축구장 크기와 같은 다목적 쇼핑몰을 지을 예정이다. 온갖 상점, 휘트니스센타, 영화관, 식당, 펍, 바 같은 레저시설이 이곳에 들어선다고 한다. 역시 이로 인해서 약 4,500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뿐 아니라 바닷가까지 이어진 새로운 쇼핑지역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리버플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소비하는 시설로만 가득 채워진 이곳에서 또다시 리버플 시민들이 소비를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도 가장 높은 개인부채율로 고통받는 그들에게 이득이 될까? 수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그 일자리는 모두 리버플 시민들에게 돌아갈까? 무엇보다도 이러한 시설들이 리버플 시민들의 삶과 잘 어울릴까?

이러한 질문들에 사실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가 야심차게 시행하고 있는 도시 재생/재활 계획은 결국 지금까지 근간이 되어온 리버플 만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위협하고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첫째로 새로운 일자리들은 대부분 건설노동일자리로 밝혀졌다. 결국 리버플 시민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내의 건설노동자들이나, 동유럽의 싼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Guardian, 1월 11일). 둘째로 리버플 시민들의 개인부채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비를 부추기는 새로운 도시 재활/재생 계획은 그들에게 더 큰 개인부채 문제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방정부가 도시 정비에 쓴 막대한 자금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세금으로 남고 있다. 무조건 크고 모던하게 지은 건물과 쇼핑센타들은 현재 미분양사태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에 더더욱 걱정스럽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문화를 자랑해온 리버플 시민들에게 MTV 시상식이 열리는 커다란 콘서트 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유럽문화중심도시 리버플 (European Capital of Culture 2008)



유럽문화중심도시로 선정된 후 리버플은 지방정부와 주정부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문화단체, 기업, 민간단체를 어우를 수 있는 조직인 리버플문화회사 (LCC, Liverpool Culture Company)를 발족하게 된다. LCC 는 2008년 52주 동안 계속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고 있다. 약 200 개의 민간, 사회, 문화, 예술, 정부 기관들이 LCC 의 운영자금뿐 아니라 유럽문화도시 문화행사자금인 약 10억 파운드 (2000 억원)를 후원하고 있다. 창작부 (Creative Delivery), 관광부 (Tourism), 환영부 (Welcome), 문화전통부 (Heritage), 마케팅부 (marketing), 커뮤니케이션부 (Communication), 예산부 (funding), 상업부 (Commercial)로 이루어진 LCC 는 2008년도 유럽문화도시 행사를 비틀즈부터 공개강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1월 11일 진행된 오프닝 행사는 ‘The People’s Opening’ (국민의 오프닝) 이라는 이름아래 살아있는 비틀즈 멤버 중에 한 명인 링고스타가 공연을 펼쳤다. 야외에서 펼쳐진 이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었고, 링고스타 뿐 아니라 대중음악가수들이 콘테이너를 타고 무대로 내려오는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또한 유럽문화도시 시작을 알리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한껏 흥을 돋우는 무대였다. 다음날인 1월 12일에는 새로 지어진 Liverpool Arena 에서 Liverpool the Musical 이라는 멀티미디어쇼가 벌어졌다. 앞으로 일년 내내 클래식 팬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레퀴엠부터 젊은 음악가 무대에 이르기까지 리버플은 매주 클래식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제 5회 리버플 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크고 화려한 규모로 치뤄질 예정이다. 터너, 모네, 고흐 그리고 호퍼의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고, 도심 곳곳에는 조각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2차 세계대전 기념일을 맞이해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안네 프랭크 전시회와 종교지도자의 공개 강의까지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화려한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들에 반응은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국민의 오프닝 행사에 약 40,000 여명의 관객들이 몰려 들었지만, 링고스타의 공연이나 볼거리는 식상했고, 불꽃놀이는 시끄럽기만 했다는 약간은 비난조의 평들이 일간신문과 지역신문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Guardian, 1월 19일, Liverpool Eco, 1월 19일).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클래식 공연들은 과연 대중음악의 메카이고 대부분이 노동자 계급인 리버플 시민들이 관심을 갖기 충분한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하위문화로 대표되는 리버플의 젊은이들이 얼마만큼 유럽문화중심도시 공연들을 즐길지 또한 미지수이다. 새로게 지어진 건물들 속에서 예전에 리버플의 문화공간 역할을 하던 작은 공간들은 (The Empire, the Royal Court, and the Playhouse) 더 이상 자금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볼 일이다. 미술전시, 비엔날레, 음악공연 등은 작지만 지역주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크고 화려함에 치중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문화의 이름으로 도시 부흥을..


영국의 신문매체 가장 급진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인디펜턴트지는 얼마전 리버플 유럽문화중심도시 행사에 대해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350개의 문화 행사가 계획되고 있는 리버플에 과연 ‘문화’이름이, ‘유럽문화중심도시’라는 타이틀이 필요한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Independent, 1월 14일). 화려하기만 한 프로그램에서 전체적인 취지나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고, 백화점식으로 모든 문화행사를 나열하기에 급급할 뿐 아니라, LCC 는 행사 진행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는 조직내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는 프리랜서들은 일단 LCC 에서 일하는 것이 제한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지방정부에서 차출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균형감각을 잃은 채 이리저리 헤매온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지난 여름에 열릴 예정이었던 Matthew Street Festival 은 불과 행사를 몇 일 남기고 취소되었고, 부패에 휘말려 두 명의 지방정부 책임자들이 사임을 했다. 호주출신인 LCC의 창작문화 분과장은 영국에 머물지 않고 일하다가 비판이 일자 돌연 호주로 돌아가 버렸고, LCC 의 최고책임자 또한 행사를 몇 달 남기지 않고 미국에 공부를 하러 떠나거나 6주 동안의 병가를 내는 등의 기행을 일삼다가 결국 오프닝 행사를 몇 일 안 남기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만한 경영 때문인지 수백만 파운드의 예산이 낭비되어서 현재 문화행사 자금이 약 2천만 파운드(400 억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LCC 조직의 문제들을 차치하고라도 유럽문화도시를 통해 리버플의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점검을 할 경우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 낙후된 경제를 문화시설과 행사를 통해 살리는 것이 리버플의 도시 재활/재생 프로젝트와 유럽문화도시의 목표라고 할 때 물론 단기적으로는 올 한 해 동안 약 200 만명의 관광객과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라는 예측 또한 리버플 시민들을 흥분시키는 요소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올릴지는 아직 미지수 이다. 1990년도에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되었던 글라스고가 단기적으로는 관광객의 증가를 보여줬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예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Independent, 1월 18일) 오랫동안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컨텐츠와 문화정착의 노력 없이는 그 어떤 계획이나 행사를 개최할지라도 장기적인 경제 부흥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가 고려해야 할 점


리버플은 한때 경제적 부흥기를 겪었지만, 그 이후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것이나, 시민들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 지금까지 타 지역에 비해 소외되어 온 점까지 광주와 참 많이 닮아 있다. 문화도시 형성을 통해서 새로운 부흥을 꿈꾸는 리버플의 시행착오는 우리에게 그만큼 큰 가르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도시를 자칭하고 도시 재활을 약속하면서 대형쇼핑몰이나 막대한 규모의 콘서트 홀과 컨벤션 센터등 새로운 건물 건설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리버플의 역사나 지역문화와 소통하고 활성화시키기 보다는 규격화 된 도시 재활 계획과 구색 맞추기 식의 문화공연들은 리버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나 리버플만의 특색있는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리버플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가 돈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문화도시건설은 곧 지역경제의 부흥이라는 공식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문화는 돈이나 계획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계획, 건물, 그리고 공간들은 곧 폐기되기 쉽다. 문화도시, 문화행사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준비할 때,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은 과연 우리들에게 문화란 무엇인가 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깊게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70년대에 일어난 다양한 하위문화운동중에서도 영국팝 (British pop) 하위문화 운동을 머지비트 (Merseybeat) 라고 부른다. 즉 이곳 리버플 Merseyside 지역의 펍등에서 연주했던 비틀즈를 비롯한 밴드들이 중심이 되었음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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