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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1/30 18:44 조회 2262
기간별 08.1월소식 국가별 프랑스
제목 [Jan.08 프랑스] 파리 외곽 순환 트람웨이 Tramway T3는 문화를 싣고

파리 외곽 순환 트람웨이 Tramway T3는 문화를 싣고


프랑스 통신원 이 보 경

 
지난해, 2007년 12월 마레슈(Marechaux) 대로를 달리는 파리 트람웨이(시가 전차) T3가 개통 1주년을 맞이하여 한해 이용객이 2억 5천만 명을 육박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트람웨이 T3 개통 전 그 구간을 운행했던 파리 외곽 순환 버스 평균 승객의 두 배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통계를 들며 자신들의 성공을 자축했다. 파리 시장 베흐트랑 들라노이(Bertrand Delanoe)도 개통 1주년 기념으로 가진 한 인터뷰 끝에 "결국 대로들(Boulevards)이 훨씬 아름다워졌다." 라고 말한 것처럼, 더불어 축하 받아야 할 것은 트람웨이 공사 이후 변화된 주변 도시 풍경이다.




조명과 잔디로 트람웨이의 풍경을 디자인한다.


파리 트람웨이 T3는 2000년 12월 공사 계획 후, 약 3년간에 걸친 실질적 공사 기간을 지나 파리 남쪽 갸히글리아노 다리(Pont de Garigliano)에서 뽀흐뜨 디브리(Porte d'Ivry)까지 이어지는 7.9 km의 구간을 2006년 12월 개통했다. 건설 계획 수립 당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놓인 것 중 하나는 "자연의 효과를 내는 조경된 도시화 정비"였다. 이것은 단지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도시를 이동하는 시민들을 고려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 환경에서 살아갈 시민들을 배려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편리하고 동시에 아름다운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T3는 도시 계획 건축가, 조명 기획자 그리고 조경사를 고용했다. 우선 대중교통, 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도보 등과 같은 시민의 모든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각각의 도로와 산책로를 조성했다.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탄생으로 다른 것까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적극적으로 모색된 것이다. 여기에서 각자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질주하거나 활보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활기차고 여유로운 풍경이 연출되는가.

또한 빛의 도시 파리의 인상을 그 외곽으로 확산하기 위해 도로 주변의 상가와 새로 심은 가로수 등을 최대한 고려하여 조명을 설치했다. 어둠을 밝힌다는 일차원적인 조명의 역할에서 벗어나, 계절에 따른 기후 변화, 일출, 일몰 시간 등을 계산하여 배치된 가로등은 도시의 어둠을 마치 전시 공간처럼 활용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불 밝혀진 한 공간을 지난다는 시민들의 일상이 그 일상을 넘어서는 다른 경험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도시의 디자인화를 통해 그 속에서 사는 시민들의 일상도 디자인화 되는 셈이다. 시민의 안전과 편리를 도모한 조명 시설이 자칫 "환경 미화"를 위해 전력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이는 "요오드 전구" 사용으로 충분한 절약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트람웨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초록 리본 Ruban vert"이라고 불리는 선로에 깔린 잔디이다. 잔디는 선로 기초 공사 후 바로 심어졌는데, 이것은 친환경적으로 현대 시설물을 설치하는 작지만 효율적인 실천이었다. 당시 이 푸른 잔디의 유혹에 넘어간 파리의 젊은이들이 전차보다 먼저 그 위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재미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초록 리본"은 시에서 개최하는 예술 행사에도 적극 활용되었는데, 한 예로 개통 전인 2004년 파리시의 행사 "하얀 밤 Nuit Blanche (매해 10월 첫째 주 토요일 파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시를 밤새워 방문할 수 있는 행사)" 이후 빛의 전시장으로 약 세 달간 사용되기도 했다.

각계 전문가들의 합작품으로 탄생한 T3의 주변 환경은 단순히 선로를 공사하고, 선체를 운행하기 위한 실용적 측면만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새로 탄생할 이동수단에 대한 문화적 활용 방안까지 모색한 것이다. 이것은 전통 계승과 월드컵을 상징한다며 세운 격자무늬와 축구공이 어색하게 어우러진 가로등과 도로의 중앙 분리대에 놓인 화분들로 기억되는 우리 도시 풍경과는 사뭇 비교된다.




트람웨이는 문화를 달린다.


"초록 리본"이 선로를 점령하기 전, 2002년부터 T3가 지나갈 13, 14, 15구의 구청들과 파리시는 정거장 주변에 현대 미술품 설치를 고민했다. 그것은 프랑스 문화성, 일 드 프랑스 (Iie-de-France) 지역 의회 그리고 파리시로부터 지원된 4백만 유로로 해결되었고, 운행 구간을 따라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9점이 놓였다. 새로이 주문 제작된 이 작품들은 배치된 장소와 주변 환경 혹은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이야기 등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주문자의 이상과 수용자의 상황 그리고 전시 공간과의 관계성을 염두에 둔 작품 계획과 실현으로, 미술작품이 도시를 장식한다는 한계를 넘어 시민들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 전시품을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이 작품들은 공공장소에 공개되고 그곳을 장식함으로써 공공미술이 아니라 공공장소 즉, 도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작품들에 반응하고 그 순간을 느끼기 때문에 공공미술이다. 



T3 운행 구간에 전시된 공공미술품들을 살펴보면 예를 들어, 갸히글리아노 다리(Pont de Garigliano)에는 현대미술작가 소피 캴(Sophie Calle)과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오 게리 (Frank O. Gehery, 빌바오 구겐하임 건축가)의 공동 작품 "전화 Le telephone"가 우뚝 서 있다. 거대한 꽃잎으로 뒤덮인 전화 부스에서 가끔씩 전화벨이 울린다. 그 앞을 지나던 행인은 전화를 받을 것인가? 작가 소피 캴은 3년 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그곳으로 전화를 걸기로 계약했다. 어느 누가 그 전화에 응답을 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뽀흐뜨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aille) 전시관 앞 광장에 단 그래햄(Dan Graham)은 건축물일 수도 있고 조각일 수도 있는 작품 "불레 (프랑스 18세기 건축가)에서 영원까지 From Boullee to Eternity"를 세웠다. 작품으로써 감상하는 동시에 "대기실 Salle d'attente"로써 이용할 수 있는 유리이다.
그리고 파리 국제 대학 기숙사촌 근처 몽수리 Montsouris 공원에는 "속삭임 Murmurs"이라는 제목으로 크리스티앙 볼텅스키(Christian Boltanski)가 각국의 학생들이 자국의 언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소리를 담은 음향 작품을 열 개의 벤치에 설치했다. 그곳에 우연히 앉은 휴식객은 어디선가 들리는 낯선, 하지만 부드러운 사랑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안젤라 뷜로슈(Angela Bulloch)는 "품고 젖을 물리고 유모차에 태우고 가다 Incubate Lactate Perambulate"라는 다소 재미난 제목의 작품을 육아, 소아 의학 연구소(Institut de Puericulture et Perinatalogie)에 전시했다. 음향, 영상, 문자 등을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빛과 소리로 구현한 박스 형태의 작품으로 만들어 현관에 설치했는데, 상자에서 나오는 빛은 전차가 지나칠 때 근처까지 비춘다.
디디에 피우짜 파우스티노(Didier Fiuza Faustino)가 "1SQMH"라는 17m 높이의 토템 같은 조각품을 포흐뜨 디브리에 세웠다. 1평방미터의 협소한 거주 공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튀어나온 반투명 입체들은 방, 부엌, 화장실, 거실 등과 같은 거주공간을 보여준다. 이 조각 건축 작품은 파리 경계에 몰려 있는 주변 다세대 주택 건물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피터 커글러(Peter Kogler)의 "스케이트 공원 Skate Park", 베흐트랑 라비에 (Bertrand Lavier)의 "신기루 Mirage", 클로드 레베끄(Claude Leveque)의 "차이코프스키 Tchaikovsky" 등이 있다.





트람웨이를 타고 이동하며 전시된 작품들을 만나는 승객들은 단순히 대중교통 시설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편의시설의 문화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말로 "대로" 쯤으로 해석 가능한 "불르바흐 Boulevard"란 원래 옛 성벽이 있던 자리에 낸 대로로 도시를 돌아볼 수 있는 가로수가 놓인 산책로를 지칭했던 것이다. 트람웨이가 T3 달리는 마레슈(Marechaux) 대로 역시 예전 파리를 둘러싼 성벽이 있던 자리이다. 이젠 그 자리에 예술품으로 이뤄진 성벽의 기둥을 다시 세우고, 트람웨이을 타고 도시를 산책할 수 있는 "초록 리본"을 깔았다.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 곳은 도시이다. 이 도시는 예술이 직접적으로 대중과 만나고 교류하는 장소이자 공공의 공간이다. 도시는 결과적으로 문화, 예술이 실현된 실제적 "현장"으로 활용되었다.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도시, 그 도시에서 우리의 일상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크고 작은 예술적 시도들, 어디서든 이 시도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문화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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