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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1/07 17:46 조회 2757
기간별 12월소식 국가별 영국
제목 [Dec.07 영국] 다민족문화도시 (multicultural city)를 넘어서 상호문화도시(inter-cultural city)로의 비상을 꿈꾸는 레스터 (Leicester)

다민족문화도시 (multicultural city)를 넘어서 상호문화도시
(inter-cultural city)로의 비상을 꿈꾸는 레스터 (Leicester)


영국 통신원 김 성 경

 

런던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의 영국 중부도시 레스터는 인구면에서 잉글랜드에서 10번째, 영국 전체에서 14번째로 큰 도시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서 유입된 이주민들의 비율이 현재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영국 내에서 소수 인종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이다. 전쟁 이후 시작된 아일랜드인들과 인도인들의 이주는 특히 1970년대 이후 케냐, 우간다에서 본격적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로 붐이 일었다고 한다. 인종평등권 위원회 (The Commission for Racial Equality)는 최근 소수민족 비율 증가추세를 기초로 하여, 2011까지는 레스터의 소수민족 인구비율이 대략 50%까지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레스터는 영국 도시 중 백인 영국인이 소수인종이 되는 최초의 도시가 되게 되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 수많은 인종분쟁이나 소요사태를 경험한 많은 영국 도시들과는 그 궤적을 달리한 레스터는 단순한 인구학적인 수치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성공적인 다민족문화도시로써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인종차별적인’ 도시였던 레스터

1972년 9월 15일자 The Ugandan Argus 신문에는 ‘중요한 선언’ 이라는 이색적인 글이 실린다.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우간다 이민자를 막기 위해서 레스터 시가 우간다인들에게 ‘제발 레스터로 오지 말라’는 글을 실기에 이른 것이다. 1970년대 레스터시는 이민자들로 인해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이민자를 막기 위해서 애를 쓰게 된다. 하지만 레스터 시의 정치적 경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 만 명의 우간다 이민자들은 레스터에 도착하여 아일랜드계, 인도계와 함께 주요 이민 민족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렇다면 이토록 인종차별적이었고, 배타적이었던 레스터에는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레스터가 지금의 다민족 문화도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지금의 레스터를 있게 한 것은 노동당 정권의 정책이나 지방 경제의 특이성뿐 아니라 레스터 시의 민족화합적인 정책이라고 하겠다. 레스터 시 의회는 지역주민의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을 인지하고, 민족적 다양성과 사회통합을 목표로 세운 후 여러가지 사회정책들을 실행해 나갔다. ‘정치적 통합’, ‘지역사회의 발전’, ‘유럽의 모델이 되는 도시로의 성장’ 등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역시 다양한 민족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었다 (Leicester City Council, 2002:9). 백인 영국인 중심의 문화에 수 많은 이민족의 문화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종과 문화가 동등하게 서로 배우고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공간들을 도시 곳곳에 만들어 냄으로써 레스터는 영국의 도시 중에 유일하게 인종차별이 없고, 백인과 아시아인, 그리고 아프리카인이 서로 같이 어울리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이다. 특히 가장 눈의 띄는 문화의 장이 있다면 바로 다민족 축제와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웃 박물관들이었다.


‘문화적 다양성’을 축하하는 공간 ‘축제’

레스터 시 의회는 이민자들의 문화를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해서 이민자들의 축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드왈리(Dewali)는 인도인들의 축제로 힌두교(Hinduism), 시크교(Sikhism), 자이나교(Jains)에서 기념하는 날이다. 흔히 ‘빛의 축제’ 로 일컫어지는 이 축제는 인간이 악을 이긴 것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2007년 10월 27일 레스터 시 의회와 레스터 힌두교 축제 회의 주최로 드왈리(Dewali) 축제와 특별 행사를 가졌고, 2007년 11월 9일에는 ‘빛의 축제’를 축하하는 성대한 불꽃놀이를 진행하였다.

또 하나의 축제는 이슬람의 라마단의 마지막 주에 열리는 Eid 축제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의 기간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철저하게 금식을 함으로써 종교의식을 치루는데, 이 라마단의 마지막주 3일 동안은 휴식과 축제를 겸해서 Eid 축제가 열린다. 무슬림들이나 이슬람성전에서 다양한 종교행사가 열리지만, 레스터 시 역시 Eid 축제 기간 동안 도심 곳곳에 전등과 데코레이션을 설치함으로써 무슬림들의 축제를 축하하고 함께한다. 2007년에는 10월 5일부터 3주동안 시정부는 약 70000 파운드 (1억 4000 만원)을 들여 전등과 데코레이션으로 한껏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 뿐 아니라, 캐러비안을 건너온 이민자의 축제인 캐리비안 카니발은 지난 2007 년 여름, 노예제도 폐지 200주년을 맞이해서 ‘문화의 융합'이라는 테마아래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아프리카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퍼레이드가 시내중심부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그 이후에는 공원에서 다양한 콘서트와 전통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이 축제 기간 동안에 캐러비안 음식은 거리 곳곳의 간이 음식점에서 판매되었고, 아이들을 위한 카리브의 문화 체험 공간들도 자리를 잡고 한껏 축제를 분위기를 돋구웠다. 축제의 조직과 운영을 맡고 있는 데니스 크리스토퍼(Dennis Christopher)씨의 말에 의하면 2005년의 캐리비안 카니발 이후의 자금의 부족으로 2006년의 카니발이 무산되었지만 레스터 시 의회가 더 많은 지원금을 내놓으면서 2007년에 가장 성대한 카니발을 열수 있었다고 한다.(Leicester City Council News Archive). 이처럼 레스터에는 다양한 종교와 인종의 축제들이 영국의 가장 큰 축제 중에 하나인 크리스마스와 조금도 다름없이 치뤄 지고 있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진정으로 레스터에서는 백인이나 기독교 중심의 문화보다는 모든 인종과 그들의 종교들이 동등하게 어우러지는 문화가 축제의 장을 통해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스터의 모습을 소박한 공간에 

레스터 시는 영국의 도시 중에 가장 많은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박물관의 도시’라고까지 일컫어지는 이 곳의 전시물이나 행사 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러 인종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런던의 식민지 문화를 자랑하는 듯한 압도적으로 큰 건물의 박물관과는 대조적으로 레스터의 문화를 소개하는 작은 박물관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특히 대부분의 박물관이 집을 개조해서 만든 형태여서 찾는 이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는 뉴옥 하우스 박물관 (Newark Houses Museum)은 레스터의 근대문화와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근대 레스터 인들의 의식주와 생활상을 마치 그 시대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다. 아시아 이민자와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레스터 도착시의 모습, 그들의 초기 문화 등을 정리한 개별의 전시관을 가지고 있어, 이민자들이 더 이상 ‘남’이 아닌 레스터의 한 역사의 장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뉴옥 박물관과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뉴 웍 박물관과 아트 갤러리는 현재 다양한 표현주의 작품들, 고대 이집트 유물과 공룡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리고 박물관 한 켠에는 아이들이 직접 공룡을 만져보고 공부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이주해 온 이 지역 아동들이 직접 적은 작은 메모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는데 또박또박 자신들의 이름과 소감을 적어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화 공간을 아이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 더 나아가서는 아이들이 서로의 피부색을 다르게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공간을 박물관에 만들어 낸 것이 부럽게만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는 각주의 테마에 따라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는데, 역시나 어렵거나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레스터 주민들과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는 주제들이다. 일례로 지난 11월 1일에는 흑인역사의 달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다민족문화도시’ (multicultural city) 를 넘어서

레스터 시 의회의 민족다양성과 사회통합의 목표는 최근에 들어 더욱 야심한 문화도시 계획으로 진화해 나간다. 다민족 문화가 동등하게 그 가치를 존중 받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서로 교류하고, 그 교류를 통해서 레스터 만의 새로운 문화 정체성과 형태를 만드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레스터 시 의회는 2001년부터 약 8천만백만 파운드를 들여 오래된 구시가에 ‘문화지구(Cultural Quarter)’ 로 조성하기 시작한다. 문화지구에는 공연예술공간, 갤러리, 디지털미디어센터 그리고 라이브뮤직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2004년 7월에 문화지구 내에 첫번째로 완성된 레스터 창조산업 창고(The Leicester Creative Business Depot)는 버스정류장을 개조한 것으로 비주얼 아티스트를 위한 스튜디오, 독립예술가들을 위한 사무실, 방송/미디어 기관들의 공간까지 아티스트들에게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공간은 2008년 개관 예정인 공연예술센터(The Performing Arts Centre) 이다. 두 세트의 관람석과 한 개의 무대가 밖의 거리로 열려있는 독특한 설계를 통해 아트센터가 몇몇의 중산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을 위한 공간임을 확인시켜준다. 지금까지 시의 주극장 역할을 해온 헤이마켓 극장(Haymarket Theatre)을 대체하는 이곳은 앞으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문화지구 내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레스터 시 의회는 이곳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 중에 있다. 더 많은 나무를 심어 녹음이 어울어지는 거리로 만들 뿐 아니라,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주변의 시설들을 잘 보완하면서 자재는 재활용 유리를 사용하여 건설 중에 있다.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편리한 지도 및 주차공간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지도 안내판까지 작은 것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이러한 대대적인 새로운 문화도시 조성 계획 뒤에는 역시 레스터 시의 노력이 큰 역할을 하였다. 사업계획안을 만든 후, 여러 곳과 협의를 거쳐 막대한 조성자금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센터(The Performing Arts Centre)의 경우에는 기존에 주극장이었던 피닉스 아트센터(The Phoenix Arts Centre)와 손을 잡고 함께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비영리 문화단체인 레스터 극장 트러스트(The Leicester Theatre Trust)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큰 사업의 경우 영국정부의 도움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잉글랜드 문화예술위원회(Art Council England)에서 12백만 파운드를 레스터에 지원함으로써 지방정부의 노력을 더더욱 현실화 시켜내었다 (Leicester City Council, 2002). 이 뿐 아니라 수많은 지역기반의 영리사업체, 비영리 단체, 지역종교단체, 이민자단체, 자선단체까지 함께 나서 레스터 문화지대 건설 및 도시 재정비사업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전역은 이민자 문제로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평등, 열악한 사회시설, 인종차별 및 격리 등의 문제는 어쩌면 단순히 유럽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우리가 직면한 문제일 수 도 있다. 레스터의 모델을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수 도 있는, 아니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인종과 민족의 문제를 고민해 보는 것을 어떨까. 다양한 문화공간과 행사를 통해 다민족문화도시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레스터는 분명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믿는다. 이제 레스터는 또 다른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레스터 시 의회는 문화지구 조성을 통해서 레스터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단순히 다양한 문화가 함께 평등하게 존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문화지대 속에서 모든 인종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느끼고, 교류함으로써 새롭고 변형된 레스터만의 문화, 정서, 정체성 그리고 그들만의 미래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다문화도시(multi-cultural city)를 만들어낸 레스터가 상호문화도시 (inter-cultural city)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을지 꾸준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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