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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12/03 14:23 조회 3382
기간별 11월소식 국가별 일본
제목 [Nov.07 일본] 고서점가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 - 간다(神田) 헌책방 거리-

고서점가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  -간다(神田) 헌책방 거리-


일본통신원 윤 오 순







영국 웨일스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



영국 웨일스에 헤이온와이(Hye on Wye)라는 곳이 있다. 마을 이름은 와이(Wye) 강가에 있는 헤이(Hay)라는 뜻으로 숲에 둘러싸여 있어 와이 겔리(Y-Gelli, 웨일스어로 ‘작은 숲’을 의미)라고도 불린다. 헤이온와이는 인구 약 1,300여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로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1961년 리처드 부스라는 사람이 이곳에 헌책방을 열면서 도시 전체가 책 마을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현재 헤이온와이에는 특색 있는 헌책방만 40여 개나 되고, 매년 책 관련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 개최로 한 해에도 수십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온다. 헌책방 덕분에 더 이상 낙후된 시골 마을이 아닌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것이다.
낡은 것은 곧 쓸모 없는 것이 되어버려 없애는 게 대세인 요즘에 헤이온와이는 낡은 것을 현재와 공존하게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간다 고서점가


 


일본에도 헤이온와이와 같은 명소가 있다. 분위기는 헤이온와이와 확연히 다르지만, 헌책에 관한 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JR을 타고 오차노미즈(御茶ノ水)역에서 내려 걷거나 전자상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소부센(武線)으로 갈아타고 진보쵸역에서 내리면 헌책방들로 유명한 간다(神田) 고서점가에 이른다. 행정구역상 치요다구(千代田)에 속하는 간다는 중심부에 야스쿠니도리(靖通り)와 하쿠산도리(白山通り)의 교차점이 있고 수많은 서점과 출판사, 출판도매상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일본 대학의 탄생지로 유명한 일본 메이지대학(明治大學)을 비롯해 10여 개의 대학과 각종 전문학교, 단과대학, 학원 등이 이곳에 전부 모여있다. 이러한 입지적인 조건을 갖춘 간다 고서점가를 중심으로 100년, 200년 전의 복각본들이 만들어지고 또 판매되고 있다.

복각본(復刻本) 출판은 일본 출판사들이 자랑하는 출판 기획으로 좋은 책이라면 100년 전, 혹은 200년 전에 만들어졌더라도 출판되던 당시와 똑 같은 모습으로 출판사에서 복원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복각본 덕분에 메이지 시대의 명저들을 출판되던 그때 그 모양으로 구해 볼 수가 있다. 일부 대학 책방에서는 중요 도서 복각본 판매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또 학교 캠퍼스에서 관련 단체들이 정기적으로 '고서점 대시장'을 열기도 하는데 이때 복각본 도서를 만날 수 있다.

간다 고서점가는 학생들이 많은 야스쿠니도리의 진보쵸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진보구역에 자리잡은 고서점 수만 169개(2007년 11월 현재)이고 분야만해도 문학, 고전, 역사, 사상, 종교, 외서,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 실로 방대하다. 고서점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도쿄대학이 제국대학이라는 이름으로 개교할 때 즈음인 1878년경부터라고 한다.




문화예술 서적 취급점도 다수



간다 지역의 고서점가에는 문화예술 관련 전문 서점들도 여러 곳이다. 한 음악관련 고서점에 레코드에 관한 한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 중인 월간지 레코드 게주츠(藝術) 1961년 8월호가 포장에 싸여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잡지를 사들이는 사람도 있고, 또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우리나라도 서울의 청계천이나 부산의 보수동에 가면 헌책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규모나 내용에 있어 일본 간다와의 비교는 아직 무리인 것 같다.

우키요에(浮世畵) 작품들은 지금도 아주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액자의 유리를 걷어내고 감상하는 맛이 썩 괜찮다. 우키요에는 일본 에도시대(江戶, 1603~1867)에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를 의미한다. 우키요에의 '우키요(浮世)'는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며, 주요 제재는 미인이나 기녀, 광대 등으로 간다 고서점가에서 만난 우키요에 속의 주인공들 중에는 예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문화예술 선진국의 저력이 이곳에


 
 




간다 지역에는 고서점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차노미즈역에서 남쪽 방향으로 걷다 보면 전문 마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대형 악기상가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5층, 6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며 악기 전시 및 판매는 물론 수리, 관련 악보 구입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게 운영되고 있다. 몇 백년 전의 수제악기를 구경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다.

CD가 아닌 LP(옛날 Long Play 레코드), SP(‘셸락’이라고 하는 동물성 천연수지를 주원료로 한 1분에 78회전하는 평원반 레코드)를 구입해 듣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그래서인지 턴테이블을 비롯해 음향전문기기를 취급하는 가게들도 아주 많았다. 진보쵸를 중심으로 매년 개최되는 <중고 레코드페어>는 올해가 무려 86회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1900년대 초의 SP를 비롯한 희귀음반부터 각종 LP, EP(SP와 LP 중간에 개발된 플라스틱 레코드), CD까지 만나볼 수 있다. 또 올해로 72회째를 맞이하는 <중고 CD레코드전시>도 강추다. 이 행사에서 록, 재즈, J-Pop등 50,000여 점의 음반을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다.

새로운 고서점이 끝나는 진보쵸 교차로에는 수준 있는 영화 상영만을 고집하는 이와나미홀(岩波ホル)이 있고 야스쿠니도리를 따라 야스쿠니진자(靖神社) 방향으로 가면 오가와마치(小川町) 스포츠 전문점이 등장한다. 이곳에는 테니스를 비롯해 스키, 골프용품 등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 상품을 취급하는 대형 스포츠 상가가 자리잡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획자가 아무리 좋은 콘서트 좋은 전시회를 만들어도 감상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기획은 의미가 없다. 100년 전, 200년 전 책을 출판해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또 만들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직직거리는 음반도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유통을 시키고 또 그것으로 콘서트를 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왜 실력 있고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끊임없이 일본을 노크 할까 궁금했는데 간다에 와 보니 그 답을 알 것도 같다. 눈을 키우고 귀를 열어놓는 훈련을 생활 속에서 계속 해왔기 때문에 시시한 예술은 쉽게 발을 붙일 수가 없는 것이다.




간다 지역 전체가 문화공간


진보쵸 일대는 현재 NPO법인 간다학회를 중심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마을도서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른바 ‘간다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이 프로젝트는 간다 지역의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책, 음악, 스포츠라는 세가지 콘텐츠를 가지고 간다 고서점가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일종의 문화도시 만들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집적규모를 자랑하는 고서점가를 중심으로 정보와 풍부한 문화자원을 토대로 한 새로운 지역만들기 프로젝트는 현재 일본의 다른 도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7월부터 시작된 <마을도서관> 만들기 계획에는 현재 치요다구(千代田区)에 있는 5개 대학(共立女子大學, 東京電機大學, 日本大學, 法政大學, 明治大學) 약 120명의 학생과 교원이 참가하고 있다. 전체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까지 21개의 제안이 제출되었는데 한 학교가 보통 3개 정도를 추진하고 있다. 공립여자대학 학생들의 경우는 책꽂이를 거리 한가운데로 옮겨 간다에 온 사람들이 어디서나 책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동경전기대학 학생들은 지하철 벽을 활용해 책꽂이를 만들고 지상까지 연결된 거대한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네이밍 관련 작업은 공립여자대학과 법정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을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제안된 아이디어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경우 현재 창고처럼 헌책을 쌓아 놓고 있는 헌책방의 내부 인테리어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고, 도시 전체는 도서관 열람실로 디자인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계획단계이지만 건물을 새로 짓는 등의 하드웨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환경색채까지 고려된 다층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책이었지만 책이 기본이 되어서 다양한 형태의 아트가 생산되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탄생되는 것이다.


현재의 시가지 골격을 유지하면서 프로젝트 전개


이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선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현재의 시가지 골격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점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 계획을 들여다보면 다 없애고 새롭게 만드는 르네상스가 아닌, 현재의 고서점가, 스포츠상점가, 악기상점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개성적인 문화공간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계획 프로젝트들이 구상단계에서는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가시화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간다 학회가 간다 지역의 고서점 주인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미래상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하면서 지역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가에 관해 묻는 항목이 있었다. 고서점 주인들 대부분이 참여한 이 의식조사에서 간다 헌책 페스티벌 확대, 고서점가를 위한 정보안내시설 설치, IT 시스템 강화 등이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들의 바람이 꼭 실현되었으면 한다.

현재 지역 전체를 하나의 도서관으로 만들자는 이 프로젝트에는 120여 명의 지역대학 교원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 이외에도 간다진보쵸고서점연맹, 동경상공회의소 치요다지부, 환경색채의회, 국립정보학연구소, 치요다구, 치요다도서관, 야스쿠니도리상점가연합회를 비롯 지역 상인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공개 세미나가 개최될 경우 간다진보쵸고서점연맹 관계자가 연사가 되기도 하고, 심포지엄이 열릴 경우 간다 고서점과 조금이라도 연결된 사람들이 패널로 참가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격렬한 토론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일본은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도적인 도시재생활동’을 정부(도시재생본부)가 지원을 해주고 있다. 2006년의 경우 ‘전국도시재생모델조사’ 라는 이름으로 공모를 실시했는데 총 541건이 응모해 이중 159개 지역이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간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을도서관’ 프로젝트도 지원 도시에 포함되어 있다. (도시재생본부 홈페이지 참고 http://www.toshisaisei.go.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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