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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11/20 10:02 조회 2088
기간별 10월소식 국가별 프랑스
제목 [Oct.07 프랑스] 파리 근교 빈민가에 설립된 막발(Mac Val) 현대 미술관

파리 근교 빈민가에 설립된 막발(Mac Val) 현대 미술관


프랑스 통신원 이 보 경




얼마 전, 어느 미술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의 45.5%가 지난 2001년 이후 생겨났으며 화랑은 49.6%, 문예회관은 41.7%가 같은 기간에 조성되었고, 전시공간의 분포도를 보면 서울이 55.5%로 가장 높았고, 중소도시 26%, 광역시 17.4% 등 지역 편중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 시장의 팽창과 유행처럼 번지는 "문화정책"으로 문화공간은 서울에만 3년간 약 200여 곳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적으로 증가한 막대그래프의 높이만큼 대중의 체험도와 만족도 그리고 친숙도 역시 비례할까? 자칫 그 높이만큼 대중은 더 멀리 가 있는 것은 아닐까?
도시에 "그럴싸한" 문화 예술 관련 공간이 들어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져올까? 단순히 전시장이며 공연장이고, 또 극장을 넘어 지역 문화의 민주화, 대중화를 이끄는 모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장소가 도시의 물리적 이미지를 바꾸고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문화의 대중화라는 식상할 수 있으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이 숙제가 작지만 알차게 실현되고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파리 근교 최초의 현대 미술관

지난 2005년 11월 파리 근교에는 처음으로 현대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약 6km 떨어진 비트리 쉬흐 센느 Vitry-sur-Seine 지역, 영세민 임대 아파트 지구 H.L.M (Habitation a loyer modere)에 들어선 미술관은 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 당국이 이미 제기한 문화의 민주화 정책 시도가 오늘날까지 아직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1982년 프랑스 문화성이 현대 미술 장려 및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 창작 지원을 위해 각 도에 도의회 컬렉션 기구 프락 FRAC (Fonds regional d'art contemporain)을 조성했을 때, 각 시는 같은 취지하에, 그러나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시의회 컬렉션 기구 프닥 FDAC (Fonds departemental d'art contemporain)을 창설했다. 당시 건립된 발 드 마흔느 Val-de-Marne 프닥은 약 20여 년 간 현대 미술 창작 지원과 작품 매입을 꾸준히 노력해 왔고, 수집된 현대 미술품을 보관하고 연구하며 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등 일련의 기능을 수행할 공간 확보를 위해 시의회 예산과 일 드 프랑스 지방 예산 그리고 문화성의 예산을 지원 받아 막발 현대 미술관 Mac/Val Musee d'art contemporain을 세웠다.


미술관 벽을 세우기 전에 벽을 낮추기

미술관이 들어선 지역은 이민자와 노동자들이 함께 어우러진 지역으로 대부분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아프리카 이민자들과 경제적, 산업적 그리고 사회적 변화 과정에서 흘러들어 온 노동자 계층이 거주한다. 이런 지역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술관 건립 계획과 동시에 어떻게 그들의 삶과 예술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래서 195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프랑스 현대 미술 컬렉션이 주를 이루는 막발 현대 미술관은 국제적인 예술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에 앞서, 먼저 "삶의 공간, 만남의 공간 그리고 나눔의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기 위해 미술관 건립 자체에 관한 여론 형성이 필요했고, 이 사실을 지역민들에게 천천히 숙지시켜, 미술관이 첫 발을 내 딛었을 때 모두 함께 중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게 요구되었다. 결국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 분위기 연출을 위해서, 그리고 미술관 건립의 지속적인 홍보를 위해 개관에 앞서 몇 가지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1996년에 파리의 쥬 드 폼므 Jeu de paume (내셔널 갤러리)와 협력하여 "벽을 넘어서" (기존 전시장을 뛰어넘어 기획되는 행사로 작품들의 장소적 이동이라는 의미를 내포함)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는 미술관 자체에서 교육팀을 조직해 지역 내, 실제 삶이 꾸려지는 학교, 병원, 기업체 등과 같은 공공 기관에 소장품을 가지고 찾아가는 전시를 개최했다. 또한 미술관 건설 현장을 지역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현장 근처에 임시 전시장을 만들어 지역민들의 방문을 유치하면서 새롭게 탄생할 장소와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마련했다.
그리고 지역민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한 저렴한 입장료 책정 (학생 무료) 역시 미술관 벽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것은 프랑스가 문화의 대중화를 내세우며 내년, 2008년 1월부터 약 6개월간 전국 14개 박물관, 미술관을 대상, 실험적으로 실시하려는 관람객 무료입장을 실시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무료' 혹은 '유료'라는 경제 논리로 문화의 대중화에 관한 고민을 간단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의 무료 공급이 저소득층에게는 때때로 필요한 구체적, 직접적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약 2년간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의 70%가 이 지역 주민이었고, 단체 관람객 중 90%가 학생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익숙한 안내원 혹은 낯선 안내원


 지역민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문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조성하기 위한 고민은 직원을 고용할 때 재차 드러났다. 뉴욕의 현대 미술 전시장 PS1에서 얻은 아이디어라고 귀띔하는 알렉시아 파브르 Alexia Fabre 관장과 미술관은 이 지역 구직 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25세 미만의 지역 청년들 중에서 전시실 안내 담당 직원 13명(미술관 전체 직원은 총65명)을 채용했다. 채용된 젊은이들은 미술관 근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관 6개월 전부터 집중 교육을 통해 미술관 근무에 필요한 기본 사항은 물론 작품 보관 요령 등까지 세세하게 체득하고,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갖고, 후에는 작품들이 다뤄지는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 피카소 미술관 등과 같은 현장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당시 채용되어 미술관 전시실 안내원으로 근무하는 샤디아 Chadia의 말을 들어보자.
"여섯 달 전만 해도 미술관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에요. 지금은 여기서 근무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미술관 내, 다른 젊은 직원들처럼 다섯 달 동안 안전수칙, 홍보 요령, 장애인 방문객 안내 등에 관한 연수와 3주에 걸쳐 피카소 미술관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어요. 또 작가들을 만나고 갤러리와 전시장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우리 일은 방문객과의 직접 만남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이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원활한 소통을 이뤄야 해요. 그러기에 우리는 미술관 다른 관계자들과 전적으로 협력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죠. 이 또한 역시 기분 좋은 일이에요." (2005년 11월, 비트리 Vitry, 4페이지)
지역 실업 청년들을 고용한 것은 비단 일자리 몇 개를 더 창출했다는 관점에서만 만족할 것은 아니다. 개관 후, 미술관 전시실 곳곳에 배치된 지역 젊은이들은 지역 방문객에게는 친숙한 모습으로 마치 익숙한 장소에 온 듯 편안한 효과를 주게 되었고, 낯선 안내원을 만난 방문객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갔다. 결국 미술관에 근무하는 빈민층의 지역 청년들은 지역 내외의 문화 사절로 활동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 계기를 맞이했다.


도시가 전시장이 되어

막발 현대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당시 시 문화 서비스 책임자 브뤼노 다비드 Bruno David는 기관들의 안팎에서 "울림"의 컨셉을 제안했다. 이것은 미술관 앞 광장에 세운 장 뒤뷔페 Jean Dubuffet의 작업을 포함하여 문화 센터, 시청, 극장 등을 잇는 거리 곳곳에 현대 미술품을 설치해 시 당국의 자랑이 된 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비트리가 그르노블과 더불어 프랑스 내 처음으로 공공 건축물의 1%에 해당하는 현대 미술품 설치 제도를 도입한 도시 중에 하나로서 추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시 전체를 현대 미술품으로 묶어 나가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현대 미술 작가를 시의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각 관계 단체들은 서로 공조하여 미술품이 도시에 안착되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협력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100여점의 작품을 매개자와 산책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연령대별로 마련되어 있으며, 비트리에 있는 문화 관련 공간들은 서로 연계된 방문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긴밀한 협조로 운영되고 있다. 때로는 작가가 직접 매개자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작가와 대중 그리고 지역과의 교류로 "예술은 곧 소비"라는 착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남을 통한 직접적 소통은 서로의 집단에게 필수불가결한 시간으로, 작가들에게는 세상에 대한 해석과 감수성을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대중에게는 작가와 작품을 동시에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 당국의 지원으로 작가에게 공공장소에 설치하기 위한 작품 주문 시, 지역과 연계한 작업 프로젝트를 제안함으로써 지역민과 지역은 작가의 작업에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시의 중재로 대중과 작가는 지역에서 서로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미술관이 개관할 무렵 파리 근교 지역에서는 대규모 이민자 폭동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고, 이 사건으로 한동안 불탄 자동차가 파리 근교의 상징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거센 폭동이 일었던 지역은 아니지만 현대 미술관이 건립됨으로써 파리 외곽에 대해 갖고 있던 무조건적인 부정적 시각을 바꿔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 시민도 있었고, 근교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연극도 보고 미술관에도 간다는 사실을 더불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시민도 있었다. 물론 반면에 "미술품은 낙서 가능할 때나 관심을 갖는 게 지역 난봉꾼들이다. 그런데 미술관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지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2005년 11월 16일자 24heures 참고)" 면서 지역 상황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회의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들이 2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지역 내에서 아직 가능성이 있는 아동들에게 예술에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역 안에 "다른 놀이 문화"가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일이 미술관을 통해 가능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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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내용
미술문외한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저런 식의 기획이라면 정말 좋은 동기 및 기회 부여가 되겠군요.
나그네 공공 건축물의 1%에 해당하는 현대 미술품 설치 제도...는 한국에선 세금납부하는것 마냥 공식이 되어버려, 중간 브로커가 생겨나고, 일부 교수들과 힘있는 미술가에게만 연결되는 또다른 비리의 온상이 되고있는데...예술을 정말 사랑하는 파리에서, 미술관 하나도 동생을 받아들어야하는 인생의 첫시련을 넘기는 유아를 교육하듯 섬세하고도 애정어린 기획과 실천으로 세워지니...가슴 뻐근한 감동으로 파리...선진국이 맞네요.부럽습니다.
ZAP Z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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